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오원집, 이하 바지연)가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행정광고 집행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매체 38개사 중 4개사가 해당 지자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광고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광고가 중단된 4개 매체 외에 또 다른 15개 매체는 광고가 끊겨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매체 38개사 중 절반(19개사)이 비판기사를 이유로 광고가 중단되고 있거나 중단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세금을 이용해 비판 언론사 길들이기에 나서는 구조적 문제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지연은 소속 신문사들이 있는 지역 지자체에 행정광고 집행 기준과 배제 기준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총 48개 지자체에 청구했는데 지난달 29일 기준 38개 지자체에서 답변이 왔고 5개 지자체는 답변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대체로 지자체들은 지자체 홍보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광고 집행 항목이 있었고 일부 지자체는 비판언론 광고 배제 기준을 마련했다. 4개 지자체(경기 김포시, 충북 보은군, 서울시 영등포구, 충남 서천시)는 행정광고 집행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지연은 1996년 4월 18개 풀뿌리 지역신문사를 주축으로 출범한 지역신문들의 모임으로 현재 전국 50개 매체가 회원사로 속해있다. 일부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기초자치단체를 취재범위로 하면서 주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했다.
비판보도·정치성향 이유로 광고 중단된 지역신문
바지연 소속사 중 비판보도 등을 문제 삼아 지자체로부터 광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신문사는 고양신문(경기도 고양특례시), 부안독립신문(전북 부안군), 서산시대(충남 서산시), 울산저널(울산광역시)로 나타났다. 고양신문, 서산시대, 울산저널은 2년 이상 광고가 중단된 상태였고 부안독립신문은 지난해에도 7개월간 광고가 중단된 적이 있다가 편집국장이 바뀌면서 광고가 복원됐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중단됐다.
고양신문은 민선 8기 들어서서 시정에 비판적인 언론사란 이유로 줄곧 광고집행에서 배제됐고 이는 지난해 11월 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등장했다. 행정광고 집행 기준이 무엇인지 시의원 질의가 있었는데 당시 고양시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고양시는 같은달 고양신문 기사 4건을 무더기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는데 올해 1월에 마련한 행정광고 기준을 보면 언론중재위 제소 시 광고집행대상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언론 차별을 없애라는 지적에 오히려 언론 차별을 공식화하기 위한 기준을 만든 셈이다.
부안독립신문은 부안군이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주민들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 등을 비판했다. 그러자 부안군 측에서 부안독립신문이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광고 중단을 직접 통보했다. 부안독립신문은 부안군이 세금이라는 공적자산을 지자체장이 합리적인 기준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광고집행 기준 마련을구하고 있다.
서산시대도 서산시장과 서산시 행정에 대한 여러 비판보도 이후 광고가 중단됐는데 서산시 측은 ‘공보담당관이 없다’며 광고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산시는 광고집행 기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한 유일한 지자체이기도 하다. 박두웅 서산시대 대표는 지난 2월 칼럼에서 “서산시에서 서산시대에 광고 중단을 한지 1년이 넘어간다”며 “광고는 홍보비이기에 홍보보다 비판 기사가 많은 언론에 홍보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서산시의 입장이다. 누가 보면 개인 회사 홍보부서 말 같다”고 지적했다. 울산저널은 민선 8기 이후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들 4개 매체 외에, 지자체 비판 기사를 게재한 이후 광고 중단 경험이 있었다고 답한 매체는 15개 매체였다. 이중 일부 신문사는 지자체 출입기자단 소속 매체들이 해당 지자체에 광고를 주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광고가 중단됐다고 응답한 곳도 있었다. 지방정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권한이나 역량은 중앙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와 비교할 때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건강한 지역언론은 지역민주주의의 필수요소지만 현재 상당수 지역신문은 지자체 홍보성 기사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때문에 일부 건전한 지역신문이 지자체 비판에 나설 경우, 합리적 기준 없는 세금집행으로 탄압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자체의 광고집행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매체 38개사 중 22개사(57.9%)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13개사(36.8%)는 ‘판단이 어렵다’고 답했고, ‘합리적’이라는 답변은 2개사(5.3%) 뿐이었다. ‘지자체 광고 집행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는 응답은 13개사(34.2%)밖에 되지 않았다. ‘지자체 광고 집행 기준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24개사(63.2%)가 ‘모른다’고 답했다.
각 지자체가 정한 광고집행 기준은
바지연이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각 지자체 광고 집행 기준을 보면, 대체로 지자체 보도자료를 실어 홍보효과가 있는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속초시(강원)는 “한정된 홍보 예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홍보효과가 높은 언론사 위주로 광고를 집행한다”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높은 포털사이트에서 우리 시 관련 기사가 다수 노출되는 언론사 등을 비롯해 대상 언론사를 자체 모니터링과 분석 결과를 활용해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 대다수 지자체는 속초시보다도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홍보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기준이 모호할수록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그래도 일부 지자체에선 옥석을 가려 지원하거나 다른 매체보다 지역신문 지원에 초점을 둔 기준을 제시했다. 담양군(전남)은 “역사적 사실 왜곡과 민주의식 폄하 매체 등 논란이 되는 매체는 지급을 제외한다”고 했다. 당진시(충남)의 경우 광고배제 기준에 ‘사주가 동일하거나 부부가 운영하는 언론사는 1곳만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 여러 언론사를 만들어 광고를 여러번 받으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음성군(충북), 예산군(충남), 평택시(경기), 횡성군(강원), 안성시, 남해군 등은 ‘금품·광고 요구 등 청렴실천에 배치되는 행위로 지탄을 받거나 청탁금지법 위반시’ 광고를 배제하는 기준이 있다. 특히 횡성군은 “일반 사업체, 환경·건설현장 등 관련 금품요구, 홍보성 기사를 대가로 금품 등을 요구하는 경우” 등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태안시(충남)는 “지역지는 지역언론 육성 차원에서 홍보 효과, 발행부수, 사무소, 종사자, 소재지 등을 감안해 차등 적용”한다고 밝혔다. 함양군(경남)은 “재난·긴급 상황 발생시 군민 안전·긴급 홍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광고를 집행한다”며 “지역주민의 알권리 충족과 군정홍보 강화를 위해 지역신문을 우대한다”고 했다. 사천시(경남)도 ‘지역언론 육성 차원에서 지역지를 우대한다’는 기준이 있다. 연합뉴스 기사를 얼마나 베꼈는지 비중을 평가하는 곳도 있었다. 해남군(전남)은 “프리미엄 뉴스 연합 PR워치 검색”을 적용해 ‘원문 유사도 비율’을 측정(100%~60%)해 광고비를 차등 적용했다. 원문 유사도 비율이 낮을수록 연합뉴스 기사를 덜 참고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소 논란이 될만한 기준을 제시한 지자체도 있다. 예산군은 “정보공개청구를 과도하게 청구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를 ‘배제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정보공개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지역신문이 말하는 행정광고 집행·배제 기준은
바지연은 각 신문사에 지자체가 어떠한 기준으로 광고를 집행하면 좋을지도 물었다. A신문사는 “지역신문 유료구독자 수로 광고비를 적용하지 않고 유료독자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신문사들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며 “수년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상당수 지역신문에서 별도의 취재 없이 지자체 보도자료를 사실상 그대로 싣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직접 지역 현안을 취재해 주민들이 직접 구독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B신문사도 “발행부수나 유료부수 등 기준,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했고, C신문사 역시 “지역주민이 많이 보는 매체에 더 많은 광고가 실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D신문사는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 수와 자체생산 콘텐츠 수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기준을 설정해야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지자체장이 자의적으로 광고를 집행하기보다는 조례를 만들어 제도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E신문사는 “건전한 지역신문 지원을 위한 기초단체 단위 조례 제정으로 각 실·과·소 주요 정책이나 사업 시행 내용을 정기적으로 지역신문에 홍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 익산시의 경우 한국ABC협회에 가입한 신문 등 5가지 기준으로 광고집행 대상 언론사 기준을 마련했고, 언론사가 갖춰야 할 조건도 명시했다. 3년 이상 정상 발행했고 광고 비중이 전체 지면의 2분의 1 이상을 넘어선 안 되며 주간 게재 기사 건수 60% 이상을 자체 생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즉 취재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곳에는 세금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때 자체생산 기사 60%에 홍보용 보도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F신문사는 “건강한 언론활동을 유도할 기준이 필요하다”며 자체기사 비율을 “전체 기사 중 70% 이상”으로 규정하자고 답했다. 익산시 조례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지자체를 상대로 허위기사를 써서 광고 등 세금을 받아가는 사이비 매체를 규제할 필요도 있다. 익산시는 ‘사실왜곡·과장 등의 보도로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을 통해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의 경우 1년 간 지원 중지’,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3년간 지원 중단’을 명시했다. 지자체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만으로 광고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고양시와 대조적이다.
지역일간지 중심의 출입기자단 운영은 주간지와 차별을 만들기도 한다. F신문사는 “광역일간지 중심의 기득권이 이익단체 성격의 기자단을 운영하면서 지자체와 거래하는 식으로 광고가 배정되는데 기자단이 실제로는 홍보단과 같은 성격”이라며 “언론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영업 관리 형태로 타 매체 접근을 기자단에서 막아버린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자단의 이러한 횡포는 지자체가 투명한 광고집행 기준을 만들고 집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지역주간지는 우편 발송요금 할인 등 여러 분야에서 차별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바지연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지자체의 행정광고는 단순한 홍보수단을 넘어 지역언론의 생존과 건전한 지역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광고 집행 기준 마련과 제도화는 지역언론 생태계의 다양성과 견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